21세기 연금술 ‘초전도’, 100년 만에 상온서 성공

‘초전도(Superconduction)’는 특정 물질이 매우 낮은 온도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고, 내부 자기장을 밀쳐내는 등 성질을 보이는 현상이다. 

초전도가 실용화된다면 원거리 전력 송신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전력 손실분을 0으로 만들 수 있다. 또 각종 전자제품과 모터 등 소형화, 또 자기부상열차, 자기공명영상(MRI), 핵융합 기술 등도 개선할 수 있다. 

초전도는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Heike Kamerlingh Onnes)가 당시 개발한 액체 헬륨을 이용해 저온에서 고체 수은의 저항을 측정하는 도중 발견했다. 영하 269℃(4.2K) 온도에서 저항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관찰한 것이다. 이후 초전도체는 여러 다른 물질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문제는 영하 270~영하 수십 도의 극저온 환경에서만 작동이 가능하다. 이후 과학자들은 노력 끝에 영하 약 20도까지 초전도 구현을 성공시켰다.

이번에는 미국 로체스터대학 연구팀이 약 15도의 상온에서 다이아몬드 2개 사이에 탄소와 수소, 유황을 삽입한 혼합물에 레이저 등으로 270GPa(기압의 270만배)의 압력을 가해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 이번 연구는 상온에서 초전도체를 만들 수 있음을 보인 첫 사례다. 

연구 결과(논문명: Room-temperature superconductivity in a carbonaceous sulfur hydride)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10월 14일(현지시각) 실렸다.

로체스터대학 기계공학과 랜거 다이어스(Ranga Dias) 교수팀은 수소와 탄소, 유황을 다이아몬드 소재에 넣고 빛을 이용해 합성한 ‘탄소 질 수소화 황(Carbonaceous sulphur hydride)’을 이용해 섭씨 15도, 기압 270GPa(기가파스칼) 환경에서 초전도 상태를 구현했다. 지구 대기압(1기압)으로 환산하면 지표보다 270만 배 고압이다.

이전까지는 황화수소(H3S)와 수소화란타넘(LaH10)을 이용해 영하 약 20도까지 끌어 올렸다. 2015년 이후에는 영하 약 70도에서 황화수소를 이용한 초전도체가 나왔다. 이어 2019년에는 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연구소 연구팀이 수소화란타넘을 이용해 170GPa 초고압으로 영하 약 23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상온에서 초전도를 구현하기 위해서 자연계에서 가볍고 결합이 강한 ‘수소’를 이용했다. 하지만 순수한 수소로 금속 고체 상태를 만들려면 초고압이어야만 한다. 따라서 수소가 많은 다른 물질을 이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성공했다

그럼에도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 연구 결과의 상온 초전도가 발생 물질 크기는 25~35μm(마이크로 미터, 100만분의 1미터)다. 머리카락 굵기의 3분의 1 정도다. 또한 이처럼 작은 초전도 발생 압력도 매우 높다. 따라서 연구팀은 앞으로 물질의 성분을 조정하는 등 더 낮은 압력 조건에서 상온 초전도체를 만드는 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다. 

’21세기 연금술’인 상온 상압 초전도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손실 없이 전송하는 전력망이나 자기부상열차, 수소/전기 자동차 등 운송수단, 배터리가 필요 없는 고효율 디지털 전자기기 등 현재 산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 

김민중 기자 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