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노벨 생리의학상에 ‘C형 간염 바이러스 연구’ 과학자 3명 선정

2020년 노벨 생리의학상에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하비 알터(Harvey J. Alter)와 마이클 호턴(Michael Houghton), 찰스 라이스(Charles M. Rice) 등 3명이 공동으로 선정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선정 이유로 “전 세계 사람들의 간경변과 간암을 유발하는 간염 바이러스와 싸움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3명의 과학자를 선정했다”며, “이들은 이전 A형과 B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으로 밝혀내지 못한 나머지 만성간염 사례를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으로 그 원인을 밝혀냈고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한 혈액 검사와 신약을 가능케 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하비 알터는 수혈 간염에 관한 방법론적 연구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가 만성 간염의 원인임을 밝혀냈다. 마이클 호턴은 C형 간염 바이러스로 명명된 새로운 바이러스 게놈을 분리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사용했다. 찰스 라이스는 C형 간염 바이러스만으로도 간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최종 증거를 제시했다.

2020년 노벨 생리의학상에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하비 알터(Harvey J. Alter)와 마이클 호턴(Michael Houghton), 찰스 라이스(Charles M. Rice) 등 3명이 공동으로 선정됐다. [출처: 노벨위원회]

간염은 주로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지만, 알코올 남용이나 환경 독소, 자가면역 질환도 중요한 원인이다. 

1940년대 감염성 간염에는 2가지 주요 유형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첫 번째 A형 간염은 오염된 물이나 음식에 의해 전염되며 일반적으로 환자에게 장기적인 영향이 거의 없다. 두 번째 유형은 B형 간염 바이러스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로 혈액과 체액을 통해 전염되며, 간경변과 간암의 발병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A형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간염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수년 동안 잠복되어 있어 매우 치명적이다. 특히 혈액 매개 간염은 심각한 사망률로 이어져 전 세계에서 매년 100만 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다. 이는 HIV(에이즈) 감염이나 결핵에 필적하는 규모다.

간염에는 2가지 주요 유형이 있다. 첫 번째 A형 간염은 오염된 물이나 음식에 의해 전염되며 일반적으로 환자에게 장기적인 영향이 거의 없다. 두 번째 유형은 B형 간염 바이러스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로 혈액과 체액을 통해 전염되며, 간경변과 간암의 발병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출처: 노벨위원회]

감염성 질환에서 예방과 치료의 핵심은 원인 인자 식별이다. 1960년대에 바루크 블럼버그(Baruch Blumberg)는 혈액 매개성 간염의 한 형태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발견으로 진단 검사와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됐다. 블럼버그는 이 발견으로 197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미국 국립 보건원의 하비 알터는 수혈을 받은 환자의 간염 발생을 연구하고 있었다. 블럼버그가 발견한 B형 간염 바이러스로 혈액 검사를 통해 수혈 관련 감염 사례는 줄어들었다. 또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검사도 이 시기에 개발됐다.

하지만, 알터와 동료들은 그밖에 수혈을 받는 상당수의 사람이 알려지지 않은 감염원으로 인해 만성 간염에 걸린 것을 발견했다. 이후 이 간염 환자들의 혈액이 인간 외에 유일하게 감염되기 쉬운 숙주인 침팬지에게도 질병을 전파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후속 연구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을 ‘non-A’, ‘non-B’로 정의했다.

그 뒤로 새로운 바이러스의 식별이 최우선 과제로 많은 과학자가 노력했지만, 10년 넘게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제약회사 치론(Chiron)에서 근무하는 마이클 호턴과 그의 동료들은 바이러스의 유전적 염기서열을 분리하기 위해 감염된 침팬지 혈액에서 발견된 핵산의 DNA 조각들의 모음을 만들었다. 이 파편 중 대다수는 침팬지 자체 게놈에서 나왔다. 하지만, 몇몇 파편들은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에서 파생되리라 예측했다. 

호턴과 그의 동료들은 간염 환자로부터 채취한 혈액에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환자 혈청을 사용해 바이러스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복제된 바이러스 DNA 조각을 확인했다. 그 결과 양성 복제본 1개가 발견됐다. 추가 연구를 통해 이 복제본이 플라비바이러스(Flavivirus) 계열에 속하는 새로운 RNA 바이러스로부터 파생된 ‘C형 간염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은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퍼즐의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었다. 바이러스만으로 간염을 일으킬 수 있겠냐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복제 바이러스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지 조사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연구원인 찰스 라이스는 RNA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다른 그룹들과 함께 C형 간염 바이러스 게놈 말단에 특성화되지 않은 영역에 주목했다. 이 영역이 바이러스 복제에 중요한 단서일 수 있다고 추론했다. 

라이스는 또 분리된 바이러스 표본에서 유전적 변이를 관찰하고 이들 중 일부가 바이러스 복제를 방해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라이스는 유전자 공학을 통해 C형 간염 바이러스의 RNA 변이를 생성했다. 이 RNA를 침팬지 간에 주입했을 때 혈액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만성질환을 앓은 사람에게서 보이는 것과 유사한 병리학적 변화가 관찰됐다. 

이는 C형 간염 바이러스만으로도 그동안 설명할 수 없었던 수혈 매개 간염의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최종 증거였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은 현재 진행 중인 바이러스 질병과 싸움에 있어 획기적인 성과다. 덕분에 바이러스에 대한 매우 민감한 혈액 검사들이 이용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건강을 크게 높였을 뿐만 아니라 C형 간염을 겨냥한 항바이러스제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전 세계 인류는 간염 감염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이 높아지고 있다.

김민중 기자 science@